예술기업론, 예술을 기업처럼 움직이다. (w. 무라카미 다카시)
“교토에서 만난 예술계의 이단아 무라카미 다카시는 예술을 기술로 한 기업가 같았다.”
나는 HR B2B SaaS 섹터에 있는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이며 8명의 멋진 청년 기업가들과 함께 살고 있다. 첫 창업은 소프트웨어 에이전시와 카페를 한 번에 창업하고 돈이 없어서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한 겁도 없는 놈이다. 이후 사업에 대한 감을 기르면서 지금의 업까지 흘러오게 됐고 고객의 말씀을 경청하며 좋은 제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세일즈 그리고 고객 성공이다.
상대가 누구든 늘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견지하고자 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과대해석의 달인이고 늘 혼자 감탄한다. 4월 초 교토의 교세라 미술관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에게 감탄했고 그날의 생생함을 전달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 레터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업적을 상세히 기재하는 것이 아닌 거진 나의 소회라는 것을 인지하고 읽었으면 한다.
1/ 캐릭터 콜라보의 시발점, 무라카미 다카시
구찌와 미키마우스, 로에베와 센과 치히로, 발렌시아가와 심슨 등 명품 브랜드와 캐릭터의 콜라보가 흔하게 보인다. 이 열풍의 시발점엔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비통이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 본연의 비비드한 색상과 개성 있는 캐릭터로 루이비통을 회춘시켜버리고 콜라보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다.
세계 미술 경매 시장에서도 엄청난 업적을 달성했고, 지금은 다양한 굿즈 상품도 만들어내며 사업가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빌리 아일리시의 뮤직비디오, 반스, 슈프림, 유니클로와의 협업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가고 있다. 특히 NFT 시장에서도 다시 한번 초대박을 터뜨린 예술기업가 무라카미 다카시에 대해 내가 느낀 점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2/ 고객의 욕망과 니즈를 이해하는 예술전략가
전시장의 끝은 온갖 굿즈와 전시품을 파는 상점이었다. 안 살 수가 없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2006년 자신의 저서 <예술기업론>을 집필한다. 예술을 업으로 일으키는 이론을 담았는데 책에 쓰인 내용들이 나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그간 정의했었던 예술가와는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는 남자이기에 더더욱…
그는 도쿄예술대학 니혼가(일본화)를 전공했고 최초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예술가이다.
예술가 답지 않게 주요 고객군을 선정하는 작업도 했으며 노골적으로 ‘대부호’를 택했다. 그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가치관을 치밀하게 연구하고 니즈를 분석하여 이를 작품으로 치환했다. 팔리는 작품은 곧장 축소판 전시물, 티셔츠, 노트, 배지, 엽서 등 굿즈로 생산하여 다시 타겟 별로 작품을 판매했다. ‘비싼 작품’이라는 기조를 형성하여 중간 소비자층의 허영심을 공략하는 것도 참 인상 깊었다.
상업적인 예술가라는 타이틀로 인해 수많은 질타를 받는 무라카미 다카시를 나는 미워할 수가 없었다. 언제까지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의 골조를 박살 내고 예술도 ‘업’이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모습은 참으로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는 번 돈의 일부를 후배 미술가를 양성하고 여러 작가의 작품을 알리고 소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결국 더 많은 미술가와 품질 좋은 미술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 냈고, 충분히 세상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무라카미 다카시가 퀘퀘한 방구석에서 도브의 스케치를 진행했을 것을 생각하니 외로운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고리타분한 예술계를 뒤집을 생각을 하며 방구석에서 연신 미친 듯이 웃어대며 연필을 잡았을 그를 생각하니 또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생각났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우린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스케치 앞에서 선뜻 움직이질 못했다.
3/ 마지막으로..
가장 일본스러운 것의 ‘애니’와 서양의 ‘팝아트’를 섞어 글로벌 예술계를 강타한 무라카미 다카시처럼 한국 스타트업들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보단 한국스러운 것을 가미해 보면 굉장히 색다른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나 또한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전 세계를 강타할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며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장간이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