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가기 vs. 즐기기
나는 ‘무사의습관’이라는 운동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1인창업가 가인이다. 오늘은 나의 새로운 애마 ‘자토바이’를 새롭게 구매하고 며칠간 타면서 느낀 점에 대해 쓰려 한다.
최근에 자토바이를 한 대 장만했다. 자토바이가 뭐냐? 자전거 + 오토바이를 합친 거다. 외관은 오토바이랑 비슷하게 바퀴가 매우 크고 두껍고 큰 헤드라이트가 달려있다. 그런데 옆에 보면 또 페달이 달려있다ㅋㅋㅋ 실제로는 오토바이의 외형을 가진 전기 자전거이다.
최근 나를 가장 설레게 한 당근 거래: 자토바이
나는 물건을 잘 사는 편이 아닌데 최근 들어서 가장 나를 설레게 한 구매였다. 실제로 일주일 동안 자토바이에 대해 알아보고 당근을 들락날락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왜 샀냐? 쥰나게 간지나서 샀다. 그런데 실용성은 더더욱 미쳤다.
500와트 이하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분류되어 자전거 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페달을 슥 밟으면 모터가 가동되어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도 30km/h로 달릴 수 있는 이 자토바이를 손에 넣으면 한강변따라 강남까지 30분컷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너무 신났었다.(원래는 자전거를 타면 평균 시속은 15km/h 정도로, 강남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번잡한 대중교통을 타지 않고, 아주 시원~한 한강 바람을 맞으면서 30분만에 강남을 갈 수 있다고? 진짜 이건 삶의 질을 최소 6배는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다.
얼마 안가서 당근에서 눈여겨보고 있던 매물을 구입했다. 수박만한 팔뚝에 문신이 새겨져있는 무섭게 생긴 형이 거래하러 나와서 긴장했는데 다행히 굉장히 친절했다. 거래 성공. 자, 강남을 가볼까.
자토바이로 건대에서 강남까지
카카오에는 자전거 네비 기능이 있다. 찍어보니 딱 1시간이 찍힌다. 후후 하지만 이건 일반 자전거 기준이지 나의 새로운 자토바이와 함께라면 30분이면 주파 가능한 거리다. 이 때부터 겁나 열심히 달렸다. 진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원래라면 정말 힘들게 헥헥거리면서 있는 힘을 다 해 밟아야 나오는 속도가 그냥 아무런 노력 없이 나온다.
앞에 자전거가 있어서 속도를 좀 줄이고 추월 기회를 엿봤다. 중앙 차선을 넘어서 추월해야하기 때문에 반대편에 자전거가 오지 않을 때를 기다렸다가 가야한다. 반대편에서 자전거가 3대가 띄엄띄엄 오고 있어서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추월했다. 얼마 안가서 또 자전거가 앞에 있어서 속도를 줄여야했는데 이번에는 10대가 넘는 자전거 행렬이다. 이 많은 자전거를 한 번에 추월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다가 5분이 넘게 추월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라갔다.
이렇게 추월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고 기다리는 경우가 수십번이나 있었다. 정확한 타이밍을 재기 위해 앞 뒤 옆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가느라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페달을 더 세게 밟았다. 그렇게 한참 타다가 드디어 강남에 도착했다.
주행 시간을 보니.. 45분? 일반 자전거에 비해 15분 밖에 단축이 안됐다.내가 15분 단축시키려고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안간힘을 썼나 싶었다. 그 이후로도 두세번은 더 시도 했지만 45분보다 단축되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자토바이 라이딩은 진이 빠지는 일이었다.
천천히 가기
그러다가 하루는 그냥 전혀 빠르게 가려고 하지 않고 자토바이를 탔다. 그러니깐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고, 아름다운 한강 풍경이 보였고 엄청난 여유가 느껴졌다. 상당히 힐링되는 라이딩이었다. 행복했다.
최고 시속인 30km/h의 딱 70% 정도인 20-21km/h로 주행을 했더니 너무나도 여유롭고 즐거웠던 것이다. 개빡세고 진이 완전히 빠지는 것 vs. 여유롭고 즐거운 것. 이게 딱 30%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30%만 힘을 빼면 즐겁게 갈 수 있는 거다.
나는 일할 때도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빨리 하려고 목표를 세우고 항상 목표를 달성 못하고 괴로워하곤 했다. 그런데 이것도 같은 맥락으로 내가 최선을 다했을 때 할 수 있는 수준의 70%만 목표로 잡아두고 한다면 충분히 할만하고 하면서 지치지도 않고 하는 내내 스트레스 받지도 않을 것이다.
70점을 목표로 한다면
70점을 목표로 하면 많은 게 쉬워진다. 이렇게 하면 너무 많이 차이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만약 10년 짜리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더라도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7년동안 무진장 괴롭게 해서 3년 일찍 끝낼거냐 아니면 10년간 즐겁게 할거냐 라고 했을 때 나는 무조건 10년간 즐겁게 하는 것을 택할 것이다.
너무 힘들고 괴롭다면, 오늘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너무나도 힘들게 느껴진다면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자. 내가 100점을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 때문에 내가 하는 일 자체의 즐거움과 행복을 상실해버리지는 않았는지.
주 7일 일할 필요 없다. 주 5일만 하자. 주 70시간 할 필요 없다. 주 50시간만 하자. 완벽하게 할 필요 없다. 70점만 노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