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5일, 대장장이 김유빈은 미루고 미뤄왔던 군복무를 시작했다. 미완성된 낄끼빠빠 알고리즘 연구도, 열정넘치는 대장간 생활도 뒤로한채 터벅터벅 진해로 향했다.
그리고 김유빈은 강력해졌다. 각개전투, 행군, 비상이함을 거쳐 자랑스런 대한민국 해군 수병이 된 김유빈의 전투력은 급상승했다. 이제 나보다 강력한 대장장이는 대장간에 없다.
해군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이곳엔 참 좋은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친절하고, 서로를 “00수병”이라 부르며 존중하는 해군만의 “신사” 문화가 너무 좋다. 새하얀 제복을 입어보는 낭만도 있다.
낭만 속에서 여유를 되찾았고, 여유 속에서 통찰이 피어났다. 특히 그간 어렴풋이 추구하기만 했던 “우아한 진실”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우아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리더가 지녀야할 자질이었음을 깨닫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아한 진실”을 파헤친다는 것의 철학적 함의를 깨달았으며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은 “우아한 진실”을 꿰뚫어 본 사람들이었음도 깨닫고
무엇보다도 그간의 깨달음을 몸소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렇다. 김유빈의 근황이 궁금한가?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난 ”우아한 진실“을 실시간으로 파헤치고 있다.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학습을 혁신하자 — 를 목표로, 시간이 남을 때마다 논문을 읽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이름하야 Team Cylinder 다. 총명하고, 밝고, 열정적인 대학생들로 모인 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매주 ”우아한 진실”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다. 그게 너무 재미있고, 의미있고, 감사하다.
지금 우리 팀이 파헤치고 있는 “우아한 진실”은 스캐폴딩(scaffolding)이다. 스캐폴딩의 3조건 — 1️⃣ 적당한 난도 유지 / 2️⃣ 재구성의 물꼬를 터주는 티키타카 / 3️⃣ 서서히 사라짐 — 을 제대로 구현해낸다면, 교육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혁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중요한 건 이게 난데없이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란 것이다. 유연한 입력과 동기유지란 서로 다른 관점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두 관점이 우아하게 양립하는 “실린더”다. 그래서 더 값진 아이디어다.
소금기 가득한 낭만과 여유 속에서 얻었던 “우아한 진실”에 대한 깨달음이, 어느새 진실을 모색하는 리더쉽과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그대. 그대도 나처럼 변증법, 우아한 진실, 장님들은 못보는 코끼리에 집착하는가? 그럼 언제든 연락을 달라. 그대도 대장간에서 와인한잔 곁들이며 혁신을 논하고, 대장장이들의 끓어오르는 에너지도 얻어가길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와의 세렌디피티를 고대하며…
이만 싸지방 컴퓨터를 끈다.